2008/08/08 00:28
<배트맨 비긴즈>에서 돈도 많은 주제에 불타는 정의감과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사이에서 폼잡으며 고민하던 브루스 웨인을 보며 "Why so serious?"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원래 슈퍼히어로물을 잘 보지 않기 때문에 <다크 나이트>에 대한 기대 또한 거의 없었다. 하지만 광대 가면을 쓴 일당들이 빌딩에서 뛰어내려 은행을 터는 첫 씬에서 돈을 더 갖기 위해서 서로 죽이다가 마지막에 남은 조커가 가면을 벗으며 스쿨버스를 몰고 사라지는 순간 이 영화가 정말 슈퍼히어로물의 걸작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영웅으로 죽거나 오래 살아서 악당이 되거나 둘 중 하나인 세계에서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선과 악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세상을 동전 던지기 같은 간단한 방법으로 정하면 좋겠지만, 단순해지는 순간 오히려 악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 배트맨은 범죄를 소탕하려는 의지를 가진 검사인 하비 덴트를 법을 수호하는 영웅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선과 악의 경계는 동전의 옆면 만큼이나 얇다는 사실이 확인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것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조커라는 캐릭터는 더욱 돋보인다. 조커의 소름끼치는 웃음은 아이맥스로 촬영된 화면보다도 훨씬 압도적이다. 조커가 배트맨에게 말하는 대사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배트맨이 자신을 완성한다고 한 말이었다. 그리고 결코 사라지지 않을 혼란을 상징하는 조커를 보면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힘으로 악을 없애려고 하는 배트맨이 오히려 더 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크 나이트>는 조커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히스 레저는 사실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부고를 들었을 때도 놀라기는 했지만 마음이 많이 아프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크 나이트>를 본 오늘에서야 광기에 차 있던 조커의 얼굴 만큼이나 이제는 고인이 된 히스 레저의 얼굴이 그리워졌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그게 첫사랑이었다는 걸 안 사람처럼 안타깝고 쓸쓸한 느낌이 든다. 조커가 나온 장면만 어서 다시 보고 싶다 흑흑.
+ 아이맥스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늦었지만 잭 니콜슨의 조커도 챙겨 봐야지. 그나저나 놀란에 놀란 사람들 유머는 왜 통하지 않을까. 아무튼 <다크 나이트>는 최고였다. <월-E>를 보기 전까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