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53)
Tale Of Cinema (34)
The Book Thief (2)
Love Is A Song (6)
Life Goes On (11)
«   2009/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11,219 Visitors up to today!
Today 1 hit, Yesterday 12 hit
cineart : all about art movies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08/08/10 17:5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 전 출근 시간대의 잠실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다가 순간 아찔함을 느낀 적 있다. 나와 무관한 타인들이지만, 그 중에서 어떤 이들은 이기적인 행동으로 지금 사회의 암울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올해 개봉했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나 <다크 나이트> 같은 영화가 훌륭했던 이유도 우리가 살고 있는 어두운 시대상을 세밀하게 그려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월-E>를 보고 나니 최근에 느꼈던 깊은 절망과 무력감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지켜나가고 지향해야 할 것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영화였다. 다시 마음 속이 환해졌다.

영화의 배경인 미래의 지구는 쓰레기로 뒤덮혀 오염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시 돌아올 날을 기약하며 탈출한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바퀴벌레 하나 뿐인 황량한 지구에서 월-E는 쓰레기를 압축해 만든 큐브로 묵묵히 마천루를 쌓아올리고 있다. 청소를 끝내고 보금자리로 돌아오면 전구나 루빅스 큐브 같은 잡동사니 물건들을 가지런히 모아두고, 뮤지컬 <헬로 돌리>를 보며 화면에 등장하는 연인들의 행복한 사랑을 꿈꾸기도 한다. 로봇인 월-E가 언제부터 감정이 생겼을지는 모르겠지만, 700년 동안 외롭게 청소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설정이다. 게다가 초반 30분 동안 월-E의 대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무성영화처럼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느끼는 감정이 완벽하게 표현된다는 점이 꽤 놀라웠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팟처럼 아름다운 로봇 이브가 정체 모를 우주선을 타고 날아오는데, 둘의 사랑은 마치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에서 종종 등장하는 어수룩하고 지저분하며 수줍은 남자와 예쁘고 도도한 여자의 로맨스를 연상하게 만든다. 이브가 지구 위를 유연하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월-E의 시선으로 보여질 때, 이브는 세상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존재로 비춰진다. 지구에서 자라난 풀포기를 찾고 임무를 완수한 이브가 움직임을 멈추자 월-E는 이브를 보호하는 데 여념이 없다. 심지어 다시 온 우주선이 이브를 데려가자 우주선 바깥에 매달려 그 뒤를 따라가기도 한다. 그러한 행동들은 마치 월-E가 바라보는 우주처럼 무한하고 숭고한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영화는 앤드류 스탠튼 감독의 전작인 <니모를 찾아서>와도 흡사한 전개를 보여준다. 사랑하는 존재를 만나려는 주인공이 혼자 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다양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곳들을 접하는 모험을 하고 다시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니모를 찾아서>에서 아빠 말린이 다양한 물고기들을 만나며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과 달리, 월-E는 우주선 안에서 안락함에 취해 점점 퇴화한 인간들을 다시 변화하게 만든다. 영화는 정훈이 만화에 나오는 남기남처럼 생긴 인간들의 존재를 통해 소비적인 생활이 아니라 생산적인 노동이나 예술, 사랑과 같은 가치를 관객들에게 설파한다. 그 와중에 걸음마가 <불의 전차> 만큼이나 위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준다. 아무튼 <니모를 찾아서>와 <월-E>라는 두 위대한 영화를 만든 픽사와 앤드류 스탠튼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바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주룩주룩 울어버렸다.


+ 인간들이 만들어나가는 지구가 서양미술사조에 따른 화풍으로 보여지는 엔딩 크레딧이 다 끝난 후, 영화에서 대형 쇼핑센터와 우주선 등을 모두 건설한 초거대기업 BnL의 로고가 잠시 나타난다. 으음, 댄스월-E 살까말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